월간옥키 No.58 수집

작성일 2026-04-13댓글 없음

월간옥키 58 수집

어릴 때 지금은 생소하게 들릴 것 같은 우표수집을 해본 적 있습니다.

우편물에서 조심스레 떼어낸 작은 우표를 하나씩 모아 수집책을 채웠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별거 아닌 듯 보이는 작은 우표가 하나둘 모여 책의 한 페이지가 되고 두 페이지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제법 뿌듯했었습니다.

수집의 힘은 수집의 대상이 모이면 모일수록 커집니다.

모이고 쌓이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의미와 가치가 생겨납니다.

그런 의미에서 쉰여덟 번째를 맞이한 월간옥키의 다양한 작품 수집이 계속되어 더 많은 의미가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이번 월간옥키의 이야기도 펼쳐주셔서 감사합니다.

2026년 4월

장인주

허진

instagram @lumimaster
lumimaster@gmail.com

수집과 방치 사이

부모님 댁에 가면 떠나온 지 15년 된 내 방이 여전히 있다. 독립하면서 가져온 물건들이 있으니 빈자리가 생겼을 텐데, 금새 다른 물건으로 채워졌다. 이따금 옛 추억을 꺼내보는 재미와 행복을 위해 어머니께선 방을 그대로 두신다고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책 하나 꺼내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창고처럼 변해버렸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명절에 팔을 걷어붙이고 본격 방정리에 나섰다. 이틀간 얼마나 많은 쓰레기들을 버렸는지 모르겠다. 열심히 모았던 만화책, 화집, 게임부터 시작해서 왜 안 버리고 두었는지 모를 상표 태그, 카드, 영수증들.. 그리고 버리지 못한, 당시 비싸게 구입한 전자제품들까지.

가차 없이 버리고, 고민하다 사진으로 남긴 뒤 버리고, 잘 닦아서 한쪽에 다시 모아 두었다. 미련은 버리지만, 그 시절의 ‘관심’만큼은 추억으로 붙잡아두고 싶었던 것일까. 몇 년 후에 이렇게 모아둔 것들 중에 또 미련 없이 버릴 물건들이 생기겠지만, 그건 그때 생각해보는 걸로 한다.

공간이 좀 더 넓었더라면, 열심히 모았던 이 물건들을 근사하게 전시해 놓을 수 있었을까? 아니다. 설령 잘 전시해 놨다 하더라도, 관심에서 멀어져 먼지가 쌓이고 고장 나고 잊혀지면 금새 쓰레기가 되고 만다. 수집은 시간과 노력이 꽤 많이 드는 일이구나, 새삼 느낀다.

나는 요즘 무엇을 수집하는가? 아니, 수집한다고 생각했다가 방치한 게 무엇인지 살펴봐야겠다.

Bluemoon

instagram @Bluemoon617135

<C.OAT 2>
유행 지난 옷 상표들을 모은다. 작은 상표에 함축되어있는 많은 것들 – 디자인, 미적 가치,  시대의 가치관, 기업 정신 등 – 작업을 풍부하게 해주는 다양한 요소들이다. 지인들에게 기증받고 빈티지 쇼핑을 하면서 수십년간 모은 이 상표의 대부분은 로고의 상징성과 정체성이 뚜렷한 회사의 것들이다. 수입 명품들 사이에서 멋진 한글 로고로 만들어진 우리 고유 상표 [장원]을 찾아보시기 바란다.

photo by 허진

<Ruff 2>
매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커피 필터는 종이 재질이라 친근하고, 평면이면서 입체이고, 가벼우면서 튼튼한 매력적인 재료이다. 손바느질로 긴 시간 작업을 해도 크게 손상되지 않는 이 필터들을 연결하여 16세기 유럽 귀족 의상에서 가장 화려한 부분인 목칼라 Ruff를 만들어보았다. 당시 Ruff의 크기와 화려함은 신분과 권력의 상징이었고 인체가 감당하는 무게는 엄청난 것이었다. Ruff 2는 갑갑함에서 해방된, 소박하지만 독특한 장식품이다.   

김선우

instagram @seonu_pic

골목


동네를 기록하는 일은 즐겁다.

아마도 골목에서 나고 자란 영향일 것이다.

골목은 그 자체로 거대한 보관소다.

담벼락의 낡고 빈 화분, 빨랫줄의 옷가지, 녹슨 양철문,

벽에 붙은 전단지와 오래된 낙서들.

그것들은 누군가 의도하여 만든 풍경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며 잊고 지낸 기억의 한 귀퉁이를 떠올리게 하는

다정한 수집품이 된다.

김기봉

instagram @bongsweetie

무엇을 보고 있는걸까요?

익선동 어느 카페 문 앞 캐릭터 인형들로 눈길 멈추게 합니다. 캐릭터 친구들입니다. 카페 안을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짱구를 보고 있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캐릭터 인형들의 배치들, 카페 주인님이 피규어 수집가 입니다. 카페 구석구석 피규어들이 가득합니다. 단순히 모아두는 것을 넘어 이야기 까지 모으고 있으신 듯 합니다.


ifnoif

© ifnoif.art (웹) / @ifnoif (인스타그램) / ifnoif.art@gmail.com (이메일 주소)

1. 넘쳐 흐르는 타자기들
나의 공간엔, 타자기와 글들이 넘쳐 흐른다.

2. 흘러 넘치는 LP 음반들
나의 공간엔, 오래된 LP와 음악들이 흘러 넘친다.

photo by 허진
photo by 허진
photo by 허진

에그그

instagram @egggartist

꿈의 수집 –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낸 ‘꿈의 문장들’을 다시 모아보는 자리입니다.

빵 봉지 위에 적힌 단순한 문장들,
Dreams come true, Never give up, You can do it—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더 이상 믿지 않게 된 말들.

하지만 저의 시선에서는
그 말들이 다시 따뜻한 온도를 되찾습니다.
하루를 버티게 하는 작은 주문처럼,
손에 쥐어지는 간식처럼,
아주 현실적인 방식으로 우리 곁에 놓입니다.

이 작품 속 ‘수집’은 거창한 꿈을 모으는 일이 아니라,
지나치지 않으려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오늘 먹은 빵 하나,
스쳐간 문장 하나,
그리고 그 안에 남아 있는 아주 작지만 분명한 용기.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꿈을 먹고,
조금씩 다시 나아갑니다.

이 전시는 묻습니다.
“당신은 오늘, 어떤 꿈을 집어 들었나요?” 🥐✨

photo by 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