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옥키 59 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라고 합니다.
여기서 ‘때’는 시간의 어떤 부분이나 순간을 의미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저는 이 ‘때’를 시간 말고, 더러운 먼지나 얼룩이라고 생각해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때가 묻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을 때 하나 묻지 않고, 고결하거나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합니다. 각박하고 험난한 세상살이를 견뎌오는 과정에서 때가 잔뜩 묻어버린 지금을 순수했던 어릴 때와 비교하면서 과거의 순수함을 앗아가 버린 시간의 힘 앞에서 우리는 한없이 초라해집니다.
때 묻음은 시간이 흐르는 과정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피할 수 없는, 일종의 사건입니다.
이런 이유로 어떤 의미로든 ‘때’는 ‘시간’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번 월간옥키에 참여한 여러 작가들의 시선이 담긴 시간의 흔적과 장면은 어떤 모습인지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2026년 6월
장인주
장인주
njoiurlife@naver.com
instagram : @mumallang_e
janginjoo.myportfolio.com


도시의 때.
김선우
instagram : @seonu_pic
lens06@naver.com



나는 오래된 표면 앞에서 자주 멈춰 선다.
벗겨진 페인트의 층, 습기와 물기가 번져 만든 얼룩,
그리고 떨어진 꽃잎이 남긴 무늬들.
그것들은 사라져가는 흔적이 아니라, 오래 견뎌온 시간의 표정이다.
인간이 덧칠해놓은 인위적인 색들은
‘때’라는 자연스러운 흐름 앞에서 오히려 벗겨지고,
그 아래 감춰져 있던 날것 그대로의 정직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흔적은 더러움이 아니라 살아온 증거이며,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때’가 빚어낸 풍경이다.
Bluemoon
instagram : @bluemoon617135
bluemoon617@naver.com

S.HOE 1
통금시간에 맞춰 급히 집에 오다 신발 한짝을 잃어버렸다

Evening Dress 2
멋진 드레스를 입고 밤에 외출했다
하동수
stand684@naver.com
https://dongsooha.creatorlink.net

기대가 없었다는 말은 진실이 아니었나 보다. 믿지 않는다는 말도 솔직하지 못한 방어기제였나 보다. 해가 뜨기를 기다리며 밤새 돌아다녔던 인사동의 골목에서 마주한 자화상. 지금도 바보지만 더 바보 같았던 지나간 시대의 한때. 죽고 나면 눈부셨다고 말할는지도 모를 우울과 불안의 밤길.
최민소연
instagram : @choimin_soyeon
muzhda.c@gmail.com




때,
저 대륙 건너에는 고통의 때
폭력과 굶주림 죽음의 때
인간성이 시험받는 때
두 귀를 열어 듣고
두 눈을 뜨고 보며
두 무릎을 꿇어 엎드려
한 입으로 애가를 토해야 할
때, 그런 때
김기봉
momburims1@naver.com
instagram : @bongsweetie

다.시.만.날.때.까.지.안.녕…
서울 종로구 서촌으로 발걸음한다.
비영리 사회단체 나눔문화
(박노해 시인이 2000년 설립)
2012년 부암동에서 시작, 2019년 서촌으로 이전,
2026년 3월 29일 임대료 인상문제로 문을 닫았다.
초록 숨결 공간 [라 카페 갤러리]이다.
20120416 ~ 20260329
안녕, 우린 다시 만날 거예요!
허진
instagram : @lumimaster
lumimaster@gmail.com




때가 있다.
발견하고 좋아하고
기다리며 두근거리고
상상하고 정리한다.
놓친 때
지워야할 때
의미를 찾지 못한 때
아직 오지 않은 때
다 때가 있다.
에그그
instagram : @egggartist
egggartist@gmail.com


시간의 유산
시간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래 끓여낸 국밥 한 그릇, 매일 그려온 그림 한 장,
그리고 조용히 쌓여가는 일기 한 페이지.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남아있는 시간의 결을 좋아합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수원의 골목이에요.
친구들은 저를 보고 반쯤 수원 사람 같다고 하는데,
생각해보면 제가 아는 수원은 몇 군데 안 됩니다.
기븐조잇,
창꼬,
그리고 일미국밥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떠올리는 골목을 다시 그렸습니다.
뜨거운 국밥을 먹으러 들어가는 사람,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수많은 발걸음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길입니다.
사실 이 그림은 같은 골목을 두 번째로 그린 그림이에요.
문득 궁금해 졌거든요.
그 골목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보다,
그 골목을 다시 그리는 동안
나는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쌓았을까.
매일의 그림과 일기,
좋아하는 마음과 작은 용기들.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이전보다 조금 더 깊은 색을 만들었기를 바라며,
다시 한 번 그렸습니다.
Special thanks to
두 장의 그림은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리고 남겨두는 기록이 되었습니다.
그 시절의 그림도 저였고, 지금의 그림도 저였습니다.
조금 서툴렀던 선도, 조금 더 깊어진 색도,
그때의 마음으로 그려낸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좋아하는 것들을 오래 바라보며 그려나가고 싶습니다.
지나온 그림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다가올 그림들도 다정하게 품어가면서요.
그리고 제 그림을 따뜻하게 사랑해주신 일미국밥 사장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