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문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라는 말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과정이 좋았다 한들 마감이 좋지 못하면 아쉽다고 이야기하고, 과정이 좋지 않았다 할지라도 마무리가 좋으면 괜찮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우리는 헤어지고 난 후에 마지막을 곱씹으며 과거를 회상하곤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감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마무리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게 여겨져야 하는 건 아닌지,
좋은 과정이 좋은 마감을 가져오고, 나쁜 과정은 나쁜 마감을 가져오는 필연이 있으면 안 되는지를.
월간옥키 마감을 통해 여러 작가의 ‘마감’을 살펴보는 시간이 여러분의 마감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5년 1월
장인주

하동수
instagram @dongsoo90ha
stand684@naver.com
예외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생전에 보지 못하면 평생 후회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살고 있다. 문학적인 첫사랑 이청준, 두 번째로 최인호, 나는 그 둘을 만날 수 있었으되 바보처럼 먼저 가지 못했고 영영 생과 사로 나뉘었다. 선생님에 관한 갈등, 배움에 대한 열망, 글이 잘 풀리지 않아 시작한 사진에도 예외는 없다.
구본창 선생님의 사진전 마지막 날. 직감적으로 선생님이 찾아오시리라 생각했고 장비를 챙겼다. 실제로 만나 인사하고 명함을 드리고 악수를 하고 나오면서, 이 마지막이라는 것, 마감이라는 것. 이제 다른 사람들은 각기 어떻게 받아들이고 보내는지 사진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큰 전시장에 내가 원하는 사진 속에 원하는 위치에 자리한 인물. 이 글을 빌려 고맙다고 인사한다. ■

나경선
instagram @n__ss033
순환
미련 남을 자리 다시 시작하려는 마감

장인주
instagram @mumallang_e
janginjoo.myportfolio.com
끝과 새로운 시작의 경계



김선우
instagram @seonu_pic
뭔가 생각이 나지 않을 때
가끔 가는 동네가 있다
시내에서 30분 정도 외곽으로 나오면 조용한 마을이 나온다
한센병을 치료하는 애양병원 주변의 마을 도성마을이다
마을 전체가 축사로 뭔가 다른 느낌이 있다
거의 빈 축사와 무너진 집이 대부분이다
악취는 심하지만, 오히려 머릿속은 깨끗해진다
그래서 정신없이 촬영하게 된다
지금은 사람들이 떠난 조용한 동네
듬성듬성 져버린 꽃들과 마른 들풀
정해진 기간의 꽃을 피우고 자기 일을 잘 마친 듯하다
인생도 마무리가 잘 돼야 아름다울 것이다
올겨울은 유난히 시끄럽고 더딘 거 같다.




허진
instagram @lumimaster
카페는 청소로 하루를 마감하고
꽃은 꽃잎을 떨궈 계절을 마감한다.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한 해를 시작했고
여전히 그 겨울 속에 서 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길고 긴 마감을
기꺼이 견뎌내리라.
오늘도 빠짐없이
설거지와 빨래로 하루를 마감한다.

채정은
instagram @bluemoon617135
bluemoon617@naver.com
미술관 마감 시간
마감 시간에 임박해 들어간 베네치아의 한 미술관에서 400여 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관람객이 없는 적막한 미술관의 고요가 세기의 명작들과 위대한 예술가들의 영혼을 온몸으로 전달해 줍니다. 짧은 시간, 역동적인 공기 속에서 느낀 정지된 시간의 흐름은 강렬한 인상으로 저장되었습니다.
–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김안예
instagram @kimanye_agnes
하루의 일상을 마무리 짓고, 따뜻한 이불 속에 잠을 청하기도 하는 일상.
365일이라는 1년의 시간이 지나고, 끝맺음으로 한해를 되돌아보는 시간….
마지막 순간, 마지막 한해의 끝맺음 그리고 하루의 일상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다시 떠올리고, 일기장에 짧은 글을 기록한다.
“내일이라는 오늘의 하루를 살아갈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들을 경험하고 누릴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소리, 풍경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예쁘고 소중한 가족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에그그
instagram @egggartist
저의 작품의 에너지는 긍정적인 마음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늦은 오후 집에 돌아가는 길이 피곤하기도 하지만, 오늘의 삶을 살아낸 나를 위한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소연
instagram @choimin_soyeon
‘마감’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났다. 나라 전체를 충격과 슬픔으로 몰아넣었던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의 흉터가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데…. 이번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또다시 참사가 일어났다. 연일 사고 장면이 뉴스에 비치고 유가족들의 비통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비행기가 콘크리트 벽에 부딪히며 폭파되어 시신을 수습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나마 수습한 시신들도 냉동차가 도착하지 않아 방치되어 있다고도 했다….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갑작스레 생을 마감한 사람들, 또 강제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마감해야만 하는 유가족들을 생각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추모하고 싶었다. 할머니 장례 때 보았던 염습이라는 장례문화를 떠올렸다. 큰 상실과 아픔을 잘 마감할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린다. 시신을 수습하여 정성스레 닦아내고 고운 옷으로 싸매고 입힌다. 유가족들의 애끓는 마음과 눈물을 꽃에 담아 보낸다. 갑작스레 가는 사람도 남겨진 이들도 이 시간을 잘 마감할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을 담아 그린다.

김기봉
instagram @bongsweetie
momburims1@naver.com
‘마감’은 또 다른 시작인 듯합니다. 다시금 마음을, 주변을 되짚어 보기 때문입니다.
추모의 기도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 착륙 과정에서 폭발했습니다. 추모의 촛불을 켭니다.
2024년 마지막 기도입니다. 그렇게 한 해를 마감합니다.
소중한 모두의 명복을 빕니다.
추모의 마음 담아 AI 프로그램과 함께 노래를 완성했습니다.
QR code (큐알 코드)를 통해 추모의 마음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함께 추모 합시다.

월간옥키 No.51 마감
참여작가 : 김기봉, 김선우, 김안예, 나경선, 에그그, 장인주, 채정은, 최소연, 하동수, 허진
기간 : 2025.2.4 (화) ~ 2025.2.15 (토)
작가와의 만남 : 2025.2.15 (토) 오후4시
관람시간 : 월~금 오전11시~오후7시 / 토 오전11시~오후6시
장소 : 갤러리카페 옥키
주소 :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4길 19 2층
문의 : 070-4233-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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