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서문]
저는 ‘시선은 권력이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시선이 어째서 권력인지에 대해 구구절절한 설명을 하기보다는 제가 받아들인 가장 주요한 논리를 말하자면, 주체와 대상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시선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생겨나는 관계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바라봄은 대상과 주체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틈’을 통해 바라본다는 건 일반적인 과정과는 다른 방식의 관계 맺음이 진행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겠지요.
틈을 통해 바라볼 수도, 잘 보이지 않는 틈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 되었건 간에 틈을 매개로 하는 모든 시선은 일반적으로 생겨나는 응시와 관찰과는 다른 노력을 요구하고, 다른 의미가 부여됩니다
월간옥키 ‘틈’에 참여한 작가들이 바라본, 그리고 관계를 맺은 대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2024.7.
장인주

우리 사이의, 틈.
당신과 나 사이에는 분명히 건널 수 없는 틈이 있다.
이름도 알 수 없고, 형태도 정확히 보기 어려운.
우리의 이야기는 다양하고, 때론 복잡하고, 언어로 전달하기에는 너무 슬프거나 기쁘거나, 아주 크거나 작거나 해서, 우리는 우리들 사이의 그 틈 속, 아주 잠깐씩 열리곤 하는 또 다른 틈을 통해 볼 수 있는 누군가의 조각 조각들을 주워 모으며 살아간다.
이건 하늘이 맑은 어느 여름날, 옥상에 앉아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다른 사람이 든 카메라 앞에서 웃음을 짓던 한 지인의 표정을 바라보다 주워본 조각.
가끔 귀 기울이곤 하는 그의 이야기는 내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늘 이어지고 있지만, 이 정도만의 틈만 있어도, 밝고 어둡고 신나고 외로운 우리는 가끔, 서로의 공기를 이해할 수 있을 때도 있더라.
아마도?
뭐 그런 이야기.
by J.
J
서로 닮은 듯 다른 우리들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인스타그램: @worldaccordingto_j


하나가 아닌 이상 틈은 존재한다.
틈이 있다는 것은 가깝다는 뜻이다.
하지만 틈이 커지면 공간이 되고 공간은 장벽이 된다.
그래서 틈은 관계를 의미한다.
권영준
무역업에 종사하며 러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국가 등지를 다니며 다큐멘터리와 스트리트 포토를 주로 촬영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ivankwon_photo

There is a monotony to life that keeps us dull to our surroundings. When you pause and open your eyes to observe, you can see the gaps in the curtains where something beautiful may shine.
SAM
Capturing moments and memories wherever and whenever I can.
언제 어디서나 순간과 추억을 포착합니다.
인스타그램 @always_anal0g
이메일 always_anal0g@denchmail.com

틈 사이로 빛이 쏟아졌다.
쏟아진 빛은 꽃이 되어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내게 틈은 작은 여유다.
허진
찍고, 뽑고, 글쓰고, 즐기고~
인스타그램 : @lumimaster
이메일 : lumimaster@gmail.com
‘틈’은 공존인 듯합니다. 복도식 옛 아파트 문과 문 사이의 틈, 옛 아파트 뒤로 재개발 아파트 모습이 보입니다. 지나치는 거리, 회색 벽에 나타난 글자와 이미지들이 보이는 것은 보이는 틈만큼 회색 벽이 공간을 양보했기 때문입니다. 땅속에서 7년을 견디고 나온 환골탈태한 매미, 겉껍질 가운데 틈 사이로 나옵니다. 날아갑니다. 건물과 풀들을 담아 봅니다. 빨강과 연둣빛이 서로 어우러집니다. 다시 틈을, 공존을 되짚어 보아야 합니다.

1. 옛 아파트와 재개발의 만남
복도식 옛 아파트 문과 문 사이 틈으로 향수가 느껴집니다. 이 공간 뒤로 재개발하는 새 아파트가 올라갑니다

2. 글자·이미지 가독성
글자와 그래픽 이미지가 보이는 것은 회색 벽이, 보이는 틈만큼을 양보했기 때문입니다

3. 등 가운데 틈에서
땅속 생활 7년을 견딥니다. 매미의 환골탈태로 겉껍질만 남았습니다. 등 가운데 사이로 나왔답니다. 맴맴맴~ 울어댑니다

4. 공존하는 마음
예쁜 건물도, 자연도, 빨강도 연둣빛도 지구라는 공간에서 함께 상생하기를 바랍니다
김기봉
매일 마주하는 나날, 무언가에 이끌리듯 나를 돌아봅니다. 여러 생각이 올라오면 시로, 수필로, 사진으로 삶을 담아냅니다. 그런 지구의 한 사람입니다.
이메일: momburims1@naver.com
인스타그램 @bongsweetie

틈, 순간, 멈춤
장인주
마음 낭비벽이 있습니다.
janginjoo.myportfolio.com
인스타그램 @mumallang_e


- 칼리아리를 걷다1
- 칼리아리를 걷다2
이탈리아의 섬 사르데냐의 주도인 칼리아리의 풍경을 담았습니다. 칼리아리 구도심을 산책하는 것은 경사진 수많은 골목과 계단을 즐기는 것입니다. 골목들은 마치 도시의 틈이 벌어져 생겨난 통로와도 같고 그 틈에는 수많은 삶의 흔적들이 켜켜이 쌓여있습니다. 틈새를 꽉 채운 열기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멋진 곳입니다.
채정은
사진촬영과 포토샵 기반의 디지털 아티스트 빈티지 의류 설치 미술가
인스타그램 @bluemoon 617135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 가운데는 수많은 틈이 있습니다.
인간(人間)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도 존재하며, 시간(時間)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간과 시간 사이의 틈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틈틈이 주변을 돌아보며 틈을 살펴보게 되었고 생활 속에 존재하는 많은 틈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틈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 틈의 의미를 마음에 담기 위해서 “틈”이라는 시리즈로 작품을 그리고 있습니다.
동이 틈으로 낮이 시작되고 어둠의 틈을 비집고 별빛이 새어 나오므로 밤이 됩니다. 하늘과 땅의 틈으로 아름다운 지평선이 펼쳐지고 우리의 눈꺼풀 틈으로, 이 아름다운 풍광을 담습니다.
우리 삶을 통해 함께 틈을 찾는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 쉼
틈은 무엇인가 벌어진 사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어떤 일을 하다가 생각 따위를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쉴 새 없이 바닷바람을 누리며
날갯짓하던 갈매기 한 마리가
사뿐히 바다 위에 내려앉더니
둥실둥실 파도에 몸을 맡기고는
날갯짓을 멈추고 휴식을 취합니다.
햇살에 쪽잠을 청하는 건지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연이은 날갯짓으로 지친 몸이
쉼을 얻을 수 있는 시간임은 분명합니다.
이렇듯
날갯짓을 멈추고 쉴 수 있는 틈은 소중합니다.
- 틈으로 생명이 틈
아주 작은 틈에서
생명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틈이 부스러지도록
자라서
큰 생물이 되더니
또
틈을 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신비스러운 틈,
틈으로 생명이 틈.
- 틈으로 들어온 빛은 곧다.
빛은 참 곧습니다.
어떠한 틈으로든
들어온 빛은
곧게 들어와 비칩니다.
어딘가에 반사되면
왜곡되기도 하지만
빛 자체는 참 곧습니다.
건축 현장에서
곧은 직선을 그리기 위해
다림줄을 많이 씁니다.
요즘은
레이저 빛을 많이 이용하더라구요.
빛은 곧기 때문에.
신기영(매생이)
매콤한 생각을 줄인 매생이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상에서 발견한 매콤한 생각을 디지털아트와 손 그림으로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이메일 : skyloveru@naver.com
인스타그램 : @messenge.art
현재와 과거,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의 틈


- 멍하니 바라보는 기와는 참 멋져. 북촌 주민이라는 쓸데없는 자부심은, 멍하니 바라볼 수 있는 한옥과 기와가 일상이라는 것 에서부터.


2. 북촌이, 창덕궁이 더 빛나 보이는 이유는 높은 현대 건물 사이에 한옥, 궁, 나무 살이 여기저기 어우러져 있어서 생활인으로서 나에게 한 손엔 현대 생활을 다른 한 손엔 조선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착각을 주기 때문 같다.


3. 내가 살던 개조 한옥은 특이하게도 옥상이 있었고, 옥상에 올라가면 북촌한옥마을 전체가 한눈에 펼쳐지는 멋진 뷰가 있었다. 새벽에 회사 일을 하다가 지쳐 문득 올라가 보면 하늘 별빛과 켜켜이 쌓인 기와와 곳곳의 주황빛 방범등이 어우러져 너무 고요한 풍경이 펼쳐졌고, 현실과 단절을 시킬 수 있었다.
이프노이프 ifnoif
사람의 마음과 일상 속 Serendipity를 다양한 관점으로 표현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인스타그램 : @ifnoif
이메일 : ifnoif.art@gmail.com
월간옥키 기획전시 No.49 <틈>
참여작가 : 권영준, 장인주, 신기영, 김기봉, 채정은, J, 허진, SAM, 이프노이프
기간 : 2024.8.6 (화) ~ 2024.8.24 (토)
*8/15(목) 휴관
작가와의 만남 : 2024.8.24 (토) 오후4시
관람시간 : 월~금 오전11시~오후7시 / 토 오전11시~오후6시
장소 : 갤러리카페 옥키
주소 :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4길 19 2층
문의 : 070-4233-2012
작품 판매 안내
참여 작가의 동의를 받아 작품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갤러리카페 옥키에서 구매하실 수 있으며
아래 스마트스토어에서도 온라인 주문 가능합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cafeoki
월간옥키 작품집
전시 작품과 글을 모아 월간옥키 작품집을 만들고 있습니다.
옥키 매장과 스마트스토어에서 구입 가능합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cafeoki/products/10700370039

월간옥키는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함께 작품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전시입니다.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전시 모집 일정은 네이버 블로그 및 인스타그램에서
수시로 공지하고 있습니다.
옥키 블로그 : https://blog.naver.com/cafeoki/
옥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cafe_oki/
갤러리카페 옥키 전시 관람 및 대관 문의
070-4233-2012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4길 19 2층 카페옥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