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사진은 찰나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진이 짧은 순간에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찍는 순간은 짧을지 몰라도 그 후에 이루어지는 고르고 현상하는 과정은 전혀 짧지 않다.
사진은 셔터를 누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카메라가 아무리 자동화되고 보정 프로그램에 AI 기술이 도입되어도 이전보다 편리해지는 것일 뿐
그것을 다루고 사진으로 완성하는 것은 사진가의 몫이다.
지난여름 답십리영화미디어아트센터에서 8주간 어도비 라이트룸을 이용한 사진 분류와 현상 방법에 대해 수업했다.
Develop과 Library 모듈을 오가며 수없이 많은 사진을 분류하고, 로파일을 보정하고 용도에 맞게 내보내는 과정은
필름 시절에 밀착인화를 하고 사진을 골라서 인화 작업을 하고 정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라이트룸 수업을 통해 사진을 분류하고 보정하는 방법을 익혔을 뿐 아니라 이미지를 집중해서 보는 시간이 이전보다 크게 늘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공통된 주제 없이 각자 평소에 찍는 사진으로 구성하였다.
각자 사진을 찍는 대상도, 이유도, 관심도 다르지만
각각의 사진들이 조화를 이루고 공통된 무언가가 느껴지는 건
8주간 겹친 사진에 대한 열정과 시간 덕분일 거로 생각한다.
사진은 찍는 순간 완성되지 않는다.
2024.9
라이트룸 강사 허진





하용호
instagram @foto_yong
City of Color
사람 사는 도시마다 저마다 자기 색깔이 있다.
그러나 각자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우울한 감정일 때는 온갖 잿빛으로 보이기도 하고
기분이 상쾌할 때는 밝은 옥빛으로 비쳐 보이기도 하고
올여름처럼 지독하게 더울 땐 분수 물이 마치 용암수처럼 보이기도 하고
추울 땐 따뜻한 레드향의 차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래서 도시는 컬러이다.




이영화
그리운 게 너무 많다. 너무 많아 …
난, 멋을 내어 구두를 신을 수 있을 때부터 굽이 높은 구두를 신는 걸 좋아했다.
옷보다는 구두를 선택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고 굽이 높은 구두를 아주 많이 좋아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기르면서 안전하고 낮은 신발을 신었다. 아이들이 크고 난 다시 높고 예쁜 구두를 신었다.
내 아이들의 자식들이 생기니 그 아이를 안아주기 위해 예쁘고 높은 구두들을 눈으로만 보아야 했다.
드디어 다시 예쁘고 높은 구두를 신을 수 있을 때가 돌아왔다.
그러나…
셔터를 누르는 순간 무엇을 소망하는가?
답은 파인더 안에서 찾을 수밖에.
이젠 신어 볼 수는 있지만 걸을 수 없는 나의 구두를 눈으로 보아야겠다.
엄연히 있는 과거의 나를 하나씩 꺼내어 기억해 가면서.




윤혜영
instagram @pocheon_coco
너의 이름은??
화분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꼬물꼬물 잎들이 싹 트는 재미에 어느 순간 집은 정글이 되어 갔다.
매일 아침에 물을 주며 관찰하다 보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잎 하나하나 제각기 같은 잎이 없고 식물마다 개성이 너무 강해서 ‘나는 너와 다르다’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나는 요즘 이렇게 개성 강한 식물들에 푹 빠져있다.
너란 녀석이 점점 궁금하다.
1. 베고니아 로이스버크
2. 베고니아 푸토엔시스
3. 베고니아 로버트골든
4. 알로카시아 잭클린




한창식
‘도심 속의 육추’와 ‘두 마리의 사냥꾼’
사람과 차량의 왕래가 빈번한 도심 속에 둥지를 틀어 새끼들을 천적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모습과
먹이 사냥에 집중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1. 일산 호수공원의 꾀꼬리 육추
2. 잠실 한 아파트 가로수의 새호리기 육추
3. 김포 한 대로변의 찌르레기 육추
4. (두 마리의 사냥꾼) 물총새와 호반새의 먹이 경쟁






김명점
바다의 깊이를 읽다, 벽화앞에서
어릴 때는 수영을 못했다
동네 갯벌에 가서 조개를 잡고 쏙을 잡는 것도
아버지는 함부로 가지 말라고 하였지
바다 앞에서 바다를 그리워했다
서울로 와서 제일 먼저 수영을 배웠다
신길동에서 잠실종합운동장 수영장까지 새벽을 달렸다
그해 여름, 고향 바다에서 온종일 까만 몸으로 유영을 했다
붓을 맘껏 다루는 사람처럼
바다를 바라보며 살고 싶었지
이제 더 자유로운 마음으로 바다를 본다
바다는 그런 맛이 있다
마음이 가는 대로 붓 가는 대로
그때마다 다른 바다의 깊이
바다의 마음을 읽는다
-2024년 봄. 구석에 둔 사진기를 꺼내면서
그리운 바다로




허진 Hur Jin
instagram @lumimaster
답십리로 출장 갑니다
옥키에서 답십리영화미디어아트센터 가는 길을 검색했다.
한 번에 가는 방법은 없고, 버스+버스 또는 지하철+버스로 가야 했다.
45분~50분 소요. 넉넉잡아 1시간 전에는 출발하는 것으로 정했다.
첫 주에는 105번을 타고 동대문역에 가서 2112를 기다렸다.
소요 시간이 짧아서 골랐는데, 2112 버스에 문제가 생겼는지 10분을 기다려도 대기시간이 줄어들지 않았다.
더 기다릴 수 없어 261을 타고 갔다.
둘째 주에는 배차간격을 고려해서 140번 버스 + 261 버스 조합으로 이동했다.
첫 주보다는 수월하게 버스를 탔는데, 이날따라 버스 에어컨이 고장 났는지 땀이 뻘뻘 났다.
셋째 주에도 261 버스는 썩 시원하지 않았고
넷째 주에는 뒤에 앉은 할아버지 대화 소리가 이어폰을 뚫고 울리는 바람에 정신이 혼미했다.
그동안 버스에 너무 지쳐서 다섯째 주부터는 지하철 3호선 + 5호선 그리고 1218번 버스를 타고 갔다.
시간은 좀 더 걸리더라도 편안하게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데, 오히려 더 일찍 도착했다.
걷는 거리가 조금 길어졌지만, 사진 찍을 여유도 생겼다.
강의 시작 때만해도 한 시간씩 오가는 시간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도 없진 않았지만
이럴 때 아니면 내가 언제 여길 오겠는지 생각하며 사진을 찍어봤다.
정말 엄청 더웠었는데,
하늘 멋있었네.




현상 : 김명점




현상 : 윤혜영




현상 : 하용호




현상 : 이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