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정원, 그 입구에서
《작지만 단단한 꽃처럼》
오랜시간, 붓을 들 수 없었다.
마음이 자꾸 제자리를 잃는 느낌이었다.
나는 슬픈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나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대로 살아가는 것이 익숙했다.
변수는 나의 삶에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
나의 모든 예측과 준비를 철저하게 비껴간 존재.
그 작고 소중한 아이로부터,
나는 처음으로 무너지는 법을 배웠다.
위태로운 하루하루,
감정이라는 이름의 파도 앞에서
한 없이 떨리는 두손으로 복지카드를 받아들던 날.
손에 꼭 쥔 작은 카드 한 장에
곪아 있던 마음 한 켠이 무너져 내린 듯
그동안 참았던 것들이 고요히 눈물로 흘러나왔다.
그날, 나는 다짐했다. 이제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하지만 삶은 예측할 수 없듯이,
한 번씩 흔들리는 때가 온다.
그럴 때면 나는 조용히 내 안의 나와 마주한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꿈들을 떠올린다.
꿈속에서 나는
아프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만난다
상상과 기억, 상처와 회복이 겹쳐진
나만의 정원.
그리고 아주 작은 것들을 바라본다.
빛, 바람, 들꽃, 구름 한 점의 고요…
그 작은 것들이 나를 다시 일으킨다.
어쩌면 그 모든 풍경은
내 안에 있던 것들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붓을 든다.
작지만 단단한 마음으로.
내면의 정원 어딘가에
조용히 피어 있던 한 송이 꽃처럼.
비록 흔들릴지라도, 나는 다시 피어난다.
작품 해설을 음성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sites.google.com/view/kimtaehee1/홈

장수도
Pigment on Korean paper (Bunchae on Sunji), 455×530, 2025

해운몽
Acrylic on Canvas, 606×727, 2025

해천경몽
Acrylic on Canvas, 727×606, 2025

꿈속의 고래
Acrylic on Canvas, 455×530, 2025

꽃길을 걷다
Acrylic on Canvas, 455×530, 2025

순록의 꽃길
Acrylic on Canvas, 455×530, 2025

영혼의 거울
Print of Original Acrylic Painting, 455×530, 2025

꿈속에서
Acrylic on Canvas, 455×530, 2025

자작나무숲
Acrylic on Canvas, 455×530, 2025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하여
Oil on Canvas, 455×530, 2025 (비판매)
photo reference: @petr.kosykh

빛이 머무는 정원
Oil on Canvas, 455×530, 2025

나에게 보내는 편지
Oil on Canvas, 455×530, 2025

꽃이 피기 전
Oil on Canvas, 455×530, 2025

다시 피어난 순간
Oil on Canvas, 455×530, 2025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Oil on Canvas, 455×530, 2025

날아 오르다
Oil on Canvas, 455×530, 2025
정원의 끝에서, 마음에게
우리는, 종종 감정을 숨겨두곤 합니다.
하지만 이 정원은 말합니다.
감정은 참는 것이 아니라,
들여다보고 꺼내어줄 수 있는 것이라구요.
그림들은 조용히 다가와 속삭입니다.
“괜찮아. 그 마음도, 너였어.”
그리고 어떤 기억들은
오래된 풍경처럼 마음 어딘가에 쌓여 있지요.
그 기억과 상처, 상상들은
모두 ‘당신이라는 정원’을 이루는
소중한 조각들입니다.
이 전시는,
그것들을 외면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정원은 언제나,
자연 속 어딘가에 있었습니다.
햇살 한 줄기, 바람 한 조각,
들꽃 피어 있는 작은 길목.
그곳은 우리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작은 쉼표가 되어줍니다.
당신에게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
당신도, 당신만의 정원을 가지고 있어요.
그곳에 가만히 앉아,
잊고 있던 감정과 기억을 들여다보세요.
그리고 꼭 기억해 주세요.
당신이 걸어온 길,
당신이 느낀 감정,
그 모든 것이 이미,
아름다운 풍경이었다는 것을요.
언젠가, 당신의 정원 어딘가를 거닐다가
그 정원 어딘가에, 이 이야기도 살며시 머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정원은… 어떤 모습인가요?
작품 해설을 음성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sites.google.com/view/kimtaehee1/홈
김태희 초대전 <내면의 정원>
2025.9.17(수) ~ 9.30(화)
작가와의 만남 : 9.27(토) 오후4시
갤러리카페 옥키 :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4길 19 2층
070-4233-2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