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빈 <목적이 있는 여행>

작성일 2023-05-09댓글 없음

그림자

가끔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에 위안과 힘을 얻을 때가 있다.

사람에 비해 한없이 큰 사물이나 그 그림자를 좋아하는 이유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 나를 통제하려 애써도 대자연 속의 개미가 움찔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지 모른다.

애쓰는 것이 잘못되었고 쓸데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46억년 지구 역사에서 고작 길어야 100년, 별게 아니니까 마음 편한 방식을 찾아 살자는 거다. 언젠가 별게 된다면,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Sometimes, I’m consoled in that I don’t have much influence.

TThis is why I like objects much bigger than people or shadows. Even if I try to control myself to look good to someone, it may be nothing more than an ant in Mother Nature.

I do not want to say that it is wrong and useless to make the above-mentioned efforts. In the 4.6 billion years of Earth’s history, it is 100 years at the longest, so let’s find a way to live comfortably. If you become a much more influential person, you can think about it then.

바다

바다 사진은 찍을 때나, 사진을 고를 때나 고민을 안겨줬다. 피사체가 예쁘니 남들과 비슷해 보이고 성의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 고민에 대한 답으로 들은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알듯 말듯 하다 어느 순간 와닿았다.

라이트룸에 모아놓은 제주 사진들을 둘러보며 어떤 게 좋아서 이 때 셔터를 눌렀지, 회고를 하던 중 내가 선호하는 바다 사진의 특징을 알아냈다. 분명 여러 번 본 사진들인데도 불현듯 그 속에서 취향을 깨달은 게 신기하면서도 반가웠다.

날씨 좋은 날에 가서 투명하게 속이 비쳤던 세화해변이 다시 보고 싶었다. 어떤 바다는 왜 에메랄드빛이고 어떤 바다는 아닌지 궁금해서 찾아봤던 시간이 기억났다. 얕게 바닷물이 오가는 사이의 돌에 쭈그려 앉아, 어렸을 때처럼 바다 밑의 구성물들을 구경했었다. 바다 위 윤슬을 좇다가 눈이 멀 것 같았던 순간의 무서움도, 여행을 떠나기 전 떨치고자 했던 잡념도, 모래를 쓸어가는 파도와 함께 실어 보냈다.

When taking pictures of the sea or choosing pictures, they gave me a lot of worries. Basically, the sea is pretty, so I couldn’t get rid of the feeling of being similar and insincere. The answer to this concern was that “you should have your own story,” which I heard, seemed to know, but at some point, it hit me.

일출

오메가 현상은 급격한 공기의 온도차에 의해 풍경이 왜곡되어 보이는 일종의 신기루다. 촬영할 수 있는 순간도 몇 분 되지 않고 다양한 조건이 갖춰줘야만 찍을 수 있다.

잠이 많은 사람으로서 5시에 일어나 렌트카를 끌고 일출을 기다리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설레는 마음 덕에 정신이 개운했다. 혼자 운전하며 가는 길에서부터 벅차고 행복했다. 왼편에서 어슴푸레 보이는 주황빛 기운, 도로는 텅 비었고 내 머리 속에서는 오아시스의 ‘Wonderwall’이 울리고 있었다.

목표는 일출이었지만 더 강렬했던 기억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길이었다.

The omega phenomenon is a kind of mirage in which the landscape seems distorted by rapid air temperature differences. The time available for filming is short, and filming is possible only when there are various conditions.

As a sleeper, waking up at 5 o’clock and waiting for sunrise with a rental car was a big challenge. I was worried, but fortunately, my mind was refreshed thanks to my excitement. While driving alone, my heart was filled with emotion and happiness. The orange energy that I could see dimly from the left, the road was empty, and in my head the Oasis’s “Wonderwall” was ringing.

The goal was sunrise, but the more intense memory was on the way to the 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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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 <목적이 있는 여행> 

기간 : 2023.5.9 ~ 2023.5.20

관람시간 : 월~토 오전11시~오후6시

작가와의 만남 : 2023.5.20 (토) 오후3시

장소 : 갤러리카페 옥키 

주소 :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4길 19 2층

문의 : 070-4233-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