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우리는 노력의 결과를 얻을 때 수확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투자 없는 수확은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거저 얻어지는 게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지만 그리 쉽게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왜인지 모르겠으나,
아무런 노력이나 투자 없이 무언가를 얻게 되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어떤 공통의 가치 지향점이 모두의 마음속에 담겨 있는 듯합니다.
쉰다섯 번째 월간옥키 주제는 수확입니다.
참여 작가들의 노력이 깃든 수확은 어떤 모습인지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10월
장인주


장인주
instagram @mumallang_e
janginjoo.myportfolio.com
가을



김선우
instagram @seonu_pic
lens06@naver.com
텃밭은 집 가까운 땅을 일구어 채소와 열매를 가꾸는 공간입니다.
상추, 파, 고추, 호박처럼 식탁에 오를 먹거리를 직접 기르며, 소박한 자연을 직접 경험하는 삶입니다.
이 작은 밭에는 흙을 만지는 즐거움,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기쁨,
그리고 수확의 풍요가 함께 깃들어 있습니다.
텃밭은 단순한 재배를 넘어
이웃과 나누고, 자연과 연결되는
생활 속의 작은 생태이자 치유의 공간입니다.

Sam
instagram @always_anal0g
A field after harvest, taken in Central Europe in late November shot on Ilford HP5 film.


이규옥
해바라기-숨은 태양
해바라기가 활짝 피기 전, 안쪽에서 조용히 응축된 에너지는 곧 풍성한 수확을 예고합니다. 아직은 닫혀 있는 꽃잎 사이로 스며 나오는 노란빛은, 오랜 기다림과 정성의 결실이 가까워졌음을 알립니다.
이 순간은 단순한 꽃의 피어남을 넘어, 인내와 시간의 무게가 열매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수확은 끝맺음이 아니라, 씨앗을 품고 다시 순환을 준비하는 새로운 시작이기도 합니다. 닫힌 꽃봉오리 속의 생명력은,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수확의 본질을 고요히 이야기합니다.
물 위에 맺힌 시간
고요한 물 위에 떠오른 연꽃은 기다림 끝에 맺어진 결실의 상징입니다. 오랜 시간 진흙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물결 위로 몸을 올려 마침내 꽃을 피워내는 과정은 ‘수확’의 본질과 닮았습니다.
연꽃은 단순히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고, 씨앗과 열매를 남기며 다음 생명을 준비합니다. 이는 수확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일깨워줍니다. 고요한 수면 위에 비친 연꽃의 모습처럼, 수확은 눈에 보이는 결과와 함께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성장을 함께 담아냅니다.

에그그
instagram @egggartist
오늘의 마지막 장미
하루가 저물고, 남은 빛이 촛불로 이어질 때
나는 장미 한 송이와 펜을 쥔다.
오늘을 적고, 오늘을 피우고, 오늘을 마무리한다.
타오르는 불빛은 아직 따뜻하고,
손끝에 묻은 색은 하루의 온도를 닮았다.
‘TODAY IS…’라는 문장은
끝나지 않은 문장처럼,
내일을 향한 마음의 여백을 남긴다.
이 그림은 사랑과 열정, 그리고 하루의 결실을 거두는 순간을 그린다.
장미는 마음의 수확, 펜은 그 기록,
촛불은 그 마음을 밝히는 불빛이다.

김안예
instagram@kimanye_agnes
별의 기도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빛이 있습니다. 그 빛은 먼 우주의 숨결이자, 긴 시간 동안 마음이 길러낸 희망의 열매입니다.
『별의 기도』는 상처 속에서 피어난 내면의 수확, 그리고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표현했습니다. 소녀의 눈동자 속에 머문 별빛은 오래된 기도의 흔적이자, 세상과 자신을 향한 사랑의 언어입니다. 그녀가 품에 안은 작은 하트는 세상을 향한 따뜻한 약속이자, 고요한 시간 속에서 길러낸 회복의 씨앗입니다. 별들은 홀로 빛나지 않습니다. 하나의 빛이 또 다른 빛을 부르고, 그 빛들이 모여 왕관이 되듯 우리 마음의 희망들도 서로를 찾아 이어집니다. 삶의 계절 속에서 우리는 슬픔을 견디고, 사랑을 배우며, 마침내 자신 안의 빛을 수확합니다.
『별의 기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밭에서 피어난 작은 결실입니다. 그 빛은 사랑과 희망으로 세상을 물들이고, 당신의 마음에도 조용히 한 줄기 별의 노래로 스며들 것입니다.

김태희
instagram@cindyessay
사랑의 수확 (Harvest of Love)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수많은 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감정의 결실.
누군가의 사랑, 감사, 행복이
조용히 매달려 있는
익숙한 이 장면 속에서
나는 우리가 서로에게 남기는
따뜻한 흔적을 본다.
사랑은 이렇게 형태를 갖추지 않아도
빛으로, 색으로, 마음의 언어로 남는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며 맞이하는 가장 아름다운 수확이다.


이진숙(블루밍)
instagram@blooming_the_day
bloomingtheday@gmail.com
Where Love Blooms
이 작품은 화려한 집과 정원, 그리고 그 길을 함께 걷는 모녀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정원의 꽃들은 지난 시간 동안의 가꾼 노력과 정성이 맺은 결실이며, 동시에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은 삶에서 가장 귀한 ‘사랑의 수확’을 보여줍니다.
‘수확’은 땅의 열매뿐 아니라, 우리가 함께 쌓아온 기억과 관계,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전해지는 따뜻한 유산이기도 합니다.
작은 왕좌
제 그림 속 호랑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전통과 시간 속에서 길러진 생명력의 상징입니다.
고전적인 공간 속에 앉은 어린 호랑이는 아직 완전한 힘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삶과 예술의 결실을 맺을 존재입니다.
‘수확’은 단순한 결말이 아니라 성장과 기다림의 또 다른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그 잠재력과 풍요로 향하는 조용한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허진
instagram @lumimaster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 하지만
내겐 거둬들일 곡식도 과일도 없다.
난 어떤 씨앗을 뿌리고 키워왔나?
수북이 쌓인 자투리 종이를 한 움큼 집어 들었다.
아! 뜻밖의 부산물,
이따금 만나는 우연을 수확했구나.

채정은
instagram @bluemoon617135
bluemoon617@naver.com
뜻밖의 수확
서랍 속에서 20년 전 껌 종이가 나왔다. 겹으로 되어있는 금박지, 은박지가 분리되지 않고 온전히 보존되어 있고 뒤집어보니 안쪽은 멋진 얼룩으로 가득 차 있다. 20년 전 씹고 버린 껌의 흔적을 발견하고 L사는 금색 종이, H사는 은색 종이를 썼음을 상기하게 된다. H사 종이의 지그재그 끝 선이 참 예뻤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김기봉
instagram @bongsweetie
인테그랄(Integral)
0에 가까운 양은 보이지 않는다. 작은 양들을 더한 적분 결과는 눈에 보인다. 수학에서 인테그랄(Integral)이다. 아주 작은 양을 끊임없이 쌓아서 전체를 합하는 개념으로, 덧셈(Sum)의 ‘S’를 길게 늘어뜨린 형태의 기호로 표현된다. 작은 노력은 눈에 보이질 않는 듯하다. 작은 실천들이 모여 열매로 맺는다. 비로소 눈에 보인다. 인테그랄(Integral)은 노력, 실천을 더한 결과, 수확이다.
생각 정리-마음나눔
우리 동네, 교보문고 B3-5 시 코너, 시집들이다. 마음시집선 006 엄마, 004 편지, 005 겨울은 공저로 참여한 시집이기도 하다. 시는 생각을 정리하는 결실이자, 수확의 결정체다. 공저 시집들은 2024년 텀블벅 펀딩과 온라인 서점에서 총 1,122부가 판매되었다. 이에 따른 인세 1,234,200원과 도서출판 마음에서 265,800원을 보태어 1,500,000원을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부하였다. 앞으로도 인세는 기부될 것이다. 마음나눔이다.


최지민
jhin.photographer.jp@gmail.com
instagram @jhin.photo_landscape
폭우
산악 사진가를 노래하며, 산을 꿈꾸는 자가 있다. 그에게 여름은 도전의 계절이자, 삶의 이유를 찾기 위한 몸부림의 터전이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인생 속, 뷰파인더를 통한 번식 행위를 이어 나간다.




하동수
stand684@naver.com
instagram@dongsoo90ha
익은 사진을 거두어들였다.
되도록 촬영 일자가 오래된 것으로 골랐고 언제 찍었던가 감이 잘 잡히지 않는 것으로 선별했다.
어느 것은 대낮에 감도가 높길래 보니 조리개가 f/11이다.
분명 당시 누군가에게 조리개는 f/11이 좋다고 들었던 탓이다.
이만하면 됐다. 설익은 것도 무수히 내보냈는데 오래된 것 먼지 털고 훌훌 날아가도록 보내버리는 것도 좋겠지.
언제 떠났는지 모르게 떠나라.
월간옥키 기획전시 No.55 <수확>
참여작가 : 김기봉, 김선우, 김안예, 김태희, 에그그, 이규옥, 이진숙, 장인주, 채정은, 최지민, 하동수, 허진, Sam
기간 : 2025.10.20 (월) ~ 2025.11.1 (토)
10.25(토)~10.26(일) 휴무
작가와의 만남 : 2025.11.1 (토) 오후4시
관람시간 : 월~금 오전11시~오후7시 / 토 오전11시~오후6시
장소 : 갤러리카페 옥키
주소 :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4길 19 2층
문의 : 070-4233-2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