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옥키 무관심
애정은 관심에서 비롯됩니다.
관심이 없다면 애정은 자랄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말합니다.
현대사회는 서로가 너무 무관심하다고.
그래서 서로는 서로에게 애정이 없고 사회가 각박해졌다고.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긴 시간 동안
분명 여러 가지 것들에 관심을 가지며 살아가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는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관심이 서로를 향하지 못하고 불균형하게 흩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무에서 유가 생겨난다는 말처럼,
무관심에서 관심이 생겨나기를 바라며 이번 월간옥키 무관심의 서문을 마쳐봅니다.
이 책에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 8.
장인주

관심받지 못한
2023 개인전에 출품한 작품 <Confused 1>의 부분입니다. 당시 가장 최근작이었고 개인적으로도 흡족하여 대형 크기로 인쇄하였는데 의외로 관람객의 관심을 받지 못해 실망을 준, 또한 그 실망을 딛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에른스트 키르히너의 작품과 워싱턴디씨 주택가 사진이 겹치면서 의외의 색과 질감이 발현된 것으로 작품 전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무관심한 척
이번 개인전에 출품하게 된 작품 <Painted Veil 1>의 부분입니다. 베일을 쓰고 있는 여인의 표정에서 세상에 대한 무관심을 느낄 수도 있고 오히려 지나친 관심을 베일 속에서 감추며 무관심한 척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채정은
도심을 산책하며 찍은 사진을 모아 재구성하고,
오래된 옷을 모아 바느질하여 재구성합니다.
@Bluemoon617135

회전묘마
끝없이 도는 회전목마 위, 웃고 있는 듯한 토끼는 사실 아무 감정도 없습니다. 화려한 옷을 입고 파티의 일부가 되었지만, 누구도 진심으로 그를 바라보지 않기에 그는 영원히 같은 자리를 맴돕니다.
이 작품은 반복되는 일상과 그 속에서 마주한 ‘무관심’을 상징합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 돌아가는 세상, 그 속에서 감정은 조용히 마모되고, 존재는 익숙함에 묻혀 잊힙니다.
겉으로는 즐거운 축제처럼 보일지 몰라도, 내면엔 멈춰버린 감정이 존재합니다. 이는 현대인의 외로움과 감정의 마비를 은유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할머니들의 브런치
정갈한 찻잔과 얌전한 미소 속에 앉아 있는 세 노부인. 대화는 이어지는 듯하지만, 그 시선은 서로를 향하지 않습니다. 따뜻한 차와 새 한 마리조차 진심 어린 교감을 대신할 수 없는 이 장면은, 함께 있어도 고립된 현대인의 초상을 담고 있습니다.
격식과 예의 뒤에 감춰진 건 무심한 눈빛과 닿지 않는 마음. 이 작품은 겉으로는 평화롭고 단정해 보이지만, 그 아래 조용히 흐르는 단절의 공기를 담고자 했습니다.
이진숙(블루밍)
주로 색연필을 사용하여 주변의 따뜻한 순간을 담아내는 일러스레이터 블루밍입니다.
bloomingtheday@gmail.com
@blooming_the_day

무관심의 틈(빌딩 사이)
고층 빌딩들이 알록달록한 색으로 자신을 뽐내고 있지만, 그 사이로 드러난 하늘과 자연은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다.
이 풍경은 마치 인간 사회에서의 ‘무관심’을 닮았다. 서로 너무 가까이 있지만 서로를 보지 않고, 하늘조차 배경으로 밀려난 도시의 단면.
건물은 존재감이 넘치지만, 그 사이 풍경은 침묵한다.
우리도 일상에서 중요한 것들을 그렇게 무심히 지나치고 있는 건 아닐까?

노을 속의 무관심(고독)
하루의 끝, 붉은 노을이 도시를 물들이는 시간. 그림 속 남자는 길가에 홀로 서 있다. 그의 주위에는 앙상한 나무들과 희미한 가로등 불빛, 그리고 빠르게 어둠으로 스며드는 풍경뿐이다.
그림은 ‘고독’과 ‘무관심’이라는 두 감정을 교차시킨다.
붉은 하늘과 그림자 속 인물은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주며, 누구도 그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듯한 장면은 현대인의 고립된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나무들과 빛마저도 차갑고 형식적이기만 하다.
이 남자는 누군가의 시선조차 기대하지 않고, 그저 사라져가는 하루의 끝자락을 지켜보고 있다. 그의 고독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라, 사회적 무관심 속에 점점 투명해지는 존재의 자화상이다.
에그그 / eggg
자유로운 선과 나만의 색으로 다정한 것들을 그려나가는 에그그라고 합니다.
함께 사는 반려동물들과 나를 둘러싼 풍경들, 매일의 이야기를 그려갑니다.
egggartist@gmail.com
@egggartist

시선 밖의 존재
고요한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는 관람자를 외면한 채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사회 속에서 외면당한 존재를 닮았습니다. 수면 위에 또렷이 비친 자신의 형상조차도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오리의 뒷모습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 존재들’의 은유이며, 우리가 모두 무심코 지나쳤던 존재들이 얼마나 고독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멈춘 감정의 그림자
살얼음 같은 물 위에 홀로 서 있는 왜가리는 철저히 고립된 정서를 전합니다. 그림자조차 움직임 없이 얼어붙은 듯한 이 장면은 현대인의 감정이 차갑게 멈춘 무관심의 풍경을 떠올리게 합니다.
자신을 비추는 물조차 따스하지 않은 이곳에서, 그는 살아 있지만 살아있다고 느껴지지 않는 고독 속에 존재합니다. ‘무관심’은 때론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도 일어나는 침묵의 거리감이기도 합니다.
이규옥
팔순을 맞은 지금도 여전히 호기심과 열정으로 렌즈 너머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ds1nqp@naver.com


곳 하나
곳 둘
세계적인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는 한글에 대해 찬탄하며 오늘날 한국의 발전은 한글에 있다고도 했습니다. 정작, 한글을 쓰는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무감각? 무관심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경복궁역 2번 출구 북쪽으로 200미터 세종대왕 나신 곳으로 추정되는 터와 경복궁 내 수정전(옛 집현전)으로 발걸음해 봅니다. 세종대왕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이도는 언어학자, 예술가, 혁명가입니다. 한글을 백성에게 쥐여준 것은 가장 믓찐 민주주의 실천인 듯합니다. 이도가 바라본 하늘, 사람, 땅을 다시 바라봅니다.
김기봉
기획전을 준비할 때 행복한 고민을 합니다. 그러다 느낌, 생각을 담아냅니다.
@bongsweetie
momburims1@naver.com


24년 서울역에서.
장인주
종종 사진을 찍고 왕왕 글을 적으며, 간혹 책을 만들고 이따금씩 전시를 합니다.
인스타그램 @mumallang_e
웹페이지 janginjoo.myportfolio.com




한때의 사진들
외장하드를 아무리 뒤져도 옛 사진이 나오지 않았다.
기억에 선명한 옛 사진들 다 어디 갔을지 궁금해하며
다른 외장하드를 연결해 이번에는 RAW가 아닌 JPG를 찾아봤다.
사진 폴더도 아닌 곳에서 발견한 JPG들을 손보고 새삼 다시 보니
어떤 마음으로 찍었는지 잘 감이 오지 않는다.
지금도 충분히 우울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우울했었던 때,
현재의 내가 완전히 까먹고 잊어버렸던 한때의 사진들 넉 장.
무관심이라는 주제를 생각하며 다시 건져 올린다.
분명히 존재했었던 그리고 한때는 내가 관심 있었던 분신을.
하동수
사진집단 선류를 운영 중인 사진작가 하동수입니다
stand684@naver.com
@dongsoo90ha

무관심 속에 자라나는 생명들

무관심 속에 풍화되어 가는 인공물

무관심과 관심 사이

언젠가 이런 질문을 들었지.
“이런 걸 왜 찍어요?”
나는 속으로 이렇게 답했지.
“평소와 다르게 관심이 가게 되거든.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말이지.
사진은 결과이기 전에 시작이고 과정이야.”
그러고는,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며
관심을 담아본다.
허진
갤러리카페 옥키를 운영하며 지속 가능한 예술활동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 lumimaster
이메일 lumimaster@gmail.com

오피스텔 속 사람들
과거의 따스함은 사라진 채 불빛만이 보인다.
언젠가부터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무관심에 익숙해졌나 보다.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속
본인의 길을 걸어가는 한 노인
이 순간 난 편안함을 느꼈다.
때론 무관심이 자유로움이 될 수 있기에

인연의 끝
사랑에는 유효 기한이 있다는 말
영화 ‘중경삼림’의 대사가 떠오른다.
관심과 관심이 만나 인연이 되고
무관심과 관심으로 끝나 이별이 된다.
사랑하던 이가 떠나고 잔상만이 남아 지난 관심을 그리워하던 날
눈으로 그를 그릴 수는 있지만 점차 묽게 옅어져 간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한 백일홍
이 작은 꽃에서 보고 싶은 이와 닮은 향을 맡을 수 있었다.
그러자 식어 가는 기억에 다시금 온기가 불어왔다.

꽃 속에 꽃이 피었다.
당신의 향을 잊기 싫어
오늘도 난 꽃을 담았다.
민현홍(H)
온기가 머무는 흑백의 순간들, 따뜻한 기억을 담습니다.
minhh99@naver.com
insta @24.1km

도시는 현대화되고 자동화되며 거대해졌다.
삶은 편리해졌지만, 겉모습은 점점 비슷해졌다.
획일적인 건물과 구획된 공간 속에도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스며 있다.

아스팔트 위 하얀 구획선,
그 위에 놓인 다양한 색상과 크기의 차들은
질서와 무질서 사이, 조용한 배려로 공존한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는 우리들의 방식처럼.

서로 말을 걸지 않는 도시의 일상.
누가 옆집에 사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지만,
창문 너머로는 여전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이곳은 우리가 사는 도시다.
김선우
시간 나는 대로 동네를 돌아다닌다
#동네기록#일상스냅#어슬렁
인스타 seonu_pic
lens06@naver.com
월간옥키 기획전시 No.54 <무관심>
참여작가 : 김기봉, 김선우, 민현홍, 에그그, 이진숙, 이규옥, 장인주, 채정은, 하동수, 허진
기간 : 2025.8.4 (월) ~ 2025.8.23 (토)
작가와의 만남 : 2025.8.23 (토) 오후4시
관람시간 : 월~금 오전11시~오후7시 / 토 오전11시~오후6시
장소 : 갤러리카페 옥키
주소 :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4길 19 2층
문의 : 070-4233-2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