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환점이라고 하면 뭔가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터닝포인트라고 하니 또 마냥 낯설지만은 않은 기분이 듭니다.
전환점은 이전까지 진행해 온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의 변화가 발생한 지점입니다.
어찌 보면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상태의 변환은 기대 혹은 불안을 일으킵니다.
그 결과가 무엇이건 간에 변하지 않는 사실은, 전환점을 지난 이후는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더 이상 같을 수 없는 과거에 얽매이기보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집중하고 나아가는 것,
그것이 전환점이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건네는 방식이지 않나 합니다.
여러 작가가 함께 모여 정한 이번 월간옥키의 주제는 전환점입니다.
참여 작가들의 전환점은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충분히 살펴봐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5. 6.
장인주


장인주 / @mumallang_e / janginjoo.myportfolio.com
6월의 문턱
초록
전환과 순환



김선우 / @ seonu_pic
산과 들 동네에서 부는 바람이 있다.
아주 작은 바람은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야 느낄 수 있다.
머리카락이 날리는 정도의 바람은
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차가운 바람은
옷깃을 여미고 온몸을 웅크리게 한다.
인생에는 크고 작은 바람들이 자주 찾아온다.
그런 바람으로 인한 흔들림은 먼 훗날 인생에서 작은 추억으로 느껴질 것이다.


에그그 /egggartist@gmail.com / @egggartist
봄으로
봄을 알리는 꽃, 목련이 도시에도 피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추억의 사진을 남겨봅니다.
여름으로
달콤한 시원함이 필요한 계절,
여름을 맞이하는 아이스크림과 열기를 식혀봅니다.

채정은 / @Bluemoon617135
A Girl with Flowers
외젠 들라크루아의 1824년 작 <묘지의 고아>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들라크루아는 19세기 미술 아카데미의 틀에 박힌 유형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 화가로 직관과 감성, 상상력, 색채와 분위기를 중시하며 미술의 탐구 영역을 무한히 넓혀준 예술가이다. 황량한 묘지에 서 있는 고아 소녀에게 화려하기 그지없는 꽃장식과 따뜻한 집을 선물하고 싶다. 그리고 인물 표현의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가는 나의 여정을 보여주고 싶다.

김태희 / @cindyessay
한 소녀가 자신의 내면을 고요히 들여다보는 순간, 그 깊은 곳에서 피어난 작은 용기와 사랑의 형상을 담고 있습니다.
풍성하고 자유로운 머리카락은 얽히고설킨 감정과 기억, 그리고 삶의 흔적을 상징합니다. 그 가운데 떠오른 별은 어쩌면 인생의 전환점에서 스스로를 다시 마주하게 된 ‘자각’의 빛일지도 모릅니다.
소녀는 잠시 눈을 감아 세상을 향한 시선을 잠시 거두고, 자신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중입니다. 손에 든 붉은 장미는 내면 깊숙이 자리한 사랑, 회복, 혹은 그동안 억눌러왔던 진짜 감정의 상징이며, 이제 피어나려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전환점’이라는 주제 속에서, 거창한 외부의 변화가 아닌, 오히려 아주 내밀한 순간의 떨림 ‘영혼을 마주하는 용기’와 ‘치유의 시작’을 이야기합니다.
때로는 그 무엇보다 조용한 순간이 인생을 바꿉니다. 그 침묵 속의 떨림이 바로, ‘영혼의 거울’이 비추는 순간입니다.





허진 / @ lumimaster / lumimaster@gmail.com
그림자의 끝에서 나는 기다린다.
누군가에겐 일상의 길이
내게는 시각적 전환의 지점이 될 때까지.
신호등은 매일의 약속,
명백한 변화의 순간을 알리지만
고개 숙인 시선은
가장 분명한 전환조차 놓치게 한다.
차양막 너머 흐릿한 건물처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서
그냥 지나쳐버린 수많은 전환점들이 있다.
별일 아니라고 여겼던 것들이
지나고 보니 별일이었다.
꽃잎이 떨어졌다.
봄이 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쉬이 여름이 오진 않았다.
어제는 반팔 티셔츠를 입었는데
오늘은 긴팔 외투까지 입었다.
계절은 딱 떨어지는 경계 없이
애매하게 섞이며 흘러간다.
전환점이란 이처럼
흐릿한 영역에 존재하기도 한다.
그 모호함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구분하려 하고
의미를 찾으려 한다.

김지숙 / hello_friends@naver.com
올해, 마음을 크게 흔드는 일이 있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떠올릴 때마다 깊은 감정이 밀려왔고,
지금 곁에 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웃고, 뛰놀고, 숨 고르는 이 평범한 날들이
사실은 가장 찬란한 빛을 머금고 있다는 걸
사진을 통해 다시 마음에 새깁니다.
이 기록들이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그리고 이 평온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김기봉 / @bongsweetie / momburims1@naver.com
엄마의 휴식?
“태어난 지 며칠 되었나요? 아고! 예뻐라”
“네에~ 50일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삶은, 우리를 어느 방향으로든 보내는 듯합니다.
엄마는 쉬고 계실 테죠~


최소연 / @choimin_soyeon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 우연히 드롭박스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미혼모들이 겪는 사회적 압력과, 결국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맡기는 현실이 담겨 있었다. 성탄절이 가까웠던 탓일까, 예수의 탄생 이야기가 겹쳐 보였다. 기적이든 신화든 분명한 것은, 마리아는 당시 사회에서 미혼모였고 예수는 사생아였다. 경멸과 조롱 속에 태어난 아이는 자라 수많은 인생과 나라, 그리고 인류 역사에 전환점을 남겼다. 횐영받지 못한 임신에도 끝내 생명을 낳은 엄마들과, 그녀들의 태에서 지켜지고 마침내 태어난 아기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 날이 신적 사랑을 시작한 전환점으로 기억되기를.
성경은 인생의 고통을 체휼하기 위해 신이 인간이 되셨다고 말한다.
경쟁 사회에서 승승장구하며 약자에 대한 공감을 배우지 못한 엘리트들의 나라에서, 참혹한 가난과 부서진 인생을 살아본 ‘상처 입은 치유자들’의 나라로 변화하는 전환점을 고대한다. 그래서 사생아와 미혼모 같은 사회의 사각지대 누구라도 신이 인생에 주신 꿈을 좇아 살아갈 수 있기를.. 인간을 위해 낮아져오신 신께 빌어본다.

하동수 / stand684@naver.com / @dongsoo90ha
땀이 뻘뻘 흐르는 여름날 도와주는 이 없이 전시 디피를 했다.
전날 밤 선생님들의 조언을 생각하면서 유장한 흐름을 만들고 싶었다.
전시 구상할 때 참고했던 가쓰시카 호쿠사이,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전시장 한 바퀴를 도는 동안 감상자가 느끼길 바랐다.
늘 누군가의 기획 아래서 참여만 하다가 처음으로 기획하게 된 지극히 개인적인 전환점.
그것이 흔치 않은 흔적들이다.
월간옥키 기획전시 No.53 <전환점>
참여작가 : 김기봉, 김선우, 김지숙, 김태희, 에그그, 장인주, 채정은, 최소연, 하동수, 허진
기간 : 2025.6.10 (화) ~ 2025.6.21 (토)
작가와의 만남 : 2025.6.21 (토) 오후4시
관람시간 : 월~금 오전11시~오후7시 / 토 오전11시~오후6시
장소 : 갤러리카페 옥키
주소 :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4길 19 2층
문의 : 070-4233-2012

월간옥키 No.53 전환점 작품집
구매처 : 갤러리카페 옥키 매장 및 스마트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