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1/200초나 1/30초 정도 사이에서 찍히는 사진에 담기는 시간은 거의 영원한 것 같다. 이전처럼 절대적 진실은 주어지지 않지만 여전히 우리의 시각에 대한 권력은 강하기에 그 짧은 시간에 갇힌 유령과 함께 우리는 긴 시간 속을 유영하기도 한다.
여행은 나의 한계를 벗어난 만남이나 휴식을 위한 유영이다. 그런 내게 최고의 여행은 다시 보고 싶은 대상이 생기는 여행인데, 가장 강한 끌림으로 다시 찾은 곳은 미얀마였다. 2012년에 우연히 만난 소녀에게서 나를 보았고, 부모가 다 위중해 보였던 그 소녀의 안부가 걱정되어, 3년 후 다시 촬영차 갔을 때 수소문 끝에 기적적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경험이 있다.
사람을 잘 안 찍고, 찍어도 다시 잘 보지 않고, 사진 작업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카메라를 든 지 18년이 된 작년 가을, 푼크툼에 대한 사진집을 낸 후, 갑자기 사람 사진들이 비워진 마음 속에 떠오르기 시작했고, ‘포티스트 노트’란 책에 사람들이 불러오는 풍경에 대한 글을 투고하게 되었다.
너무 기뻤다. 내 마음 안에 사람들이 자리하게 된 것이 너무 좋아서,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을 주제로 그들이 풍경이란 얘기를 하고 싶어서, 옥키의 ‘여행’ 주제전에 참가한다.
자연을 바라보는 사진가로 시작하여, 서로 바라보는 우리, 나를 정면으로 대응해주던 눈과 나 자신조차도 하나의 공간과 시간 속에 놓는다. 내 삶에 찾아와준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감사하며 함께 유영한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이 함께 하는 이 여행에서 당신도 만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2025.5. 해정




[갤러리카페 옥키 여행자의 노트 No.28]
해정 개인전 _ Come together 사람이 불러오는 풍경
2025.5.19(월) ~ 5.31(토)
월~금 11am ~ 7pm / 토 11am ~ 6pm
작가와의 만남
5.31 (토) 오후4시
*평일 오후12시~1시는 카페가 붐빌 시간이니 이용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문의 전화 070-4233-2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