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현
생각의 바다
고요한 밤. 깊은 침묵을 깨는 나의 마음속 파도 소리.
생각의 바다에 빠져 잠 못 이루는 밤.
불안과 혐오로 가득한 검은 파도는 나를 휩쓸고
가면 뒤에 숨어있던 나는 숨조차 쉴 수 없는 깊은 바닷속으로 점점
가라앉는다.
구해줄 이 하나 없는 고요한 밤. 정적만이 계속 흐르는, 두려운 밤.

김예은
시선
아파트 현관을 지나 샛길을 통해 뛰어갔던 곳.
시간이 지나 그 때의 시선으로 바라본 놀이터는 여전히 그 시간 속이다.
이럴 때면 지금은 멈추고, 과거의 한 장면이 무성 영화처럼 떠오른다.

손다연
수어
적막의 공간속에서
나무의 정적은
사람에게 닿아,
고요한 위로가 되어준다

안현민
서울역
여기는 서울역, 출근 시간.
기차역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 속에서는 말 없이 발을 움직이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이 소리에 적응되면, 나에겐 정적만이 흐른다.

지재우
침묵의 발자국
고요 속에서 함께 걷는 우리의 침묵은
더 이상 공백이 아닌 서로에게 스며드는 정적이었다.

강연중
무대
공연이 시작되기 전, 텅 빈 관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았다.
곧 공연의 열기와 관중의 함성으로 가득 찰 이 공간에서
잠시나마 깊은 정적을 느꼈다.

원종인
없어진 목소리들
아무리 조용히 하려고 해도
조용해지지 않던 교실이지만
수업이 끝나고,
학기가 끝나고,
졸업을 하고,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다
시끄러웠던 교실이었기에 더욱 고요하게 느껴진다
잠시 친구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릴것만 같지만
이내 고요해진다

이용호
덧없음
충무로, 동국대학교 학생이라면 너무도 익숙한 그 길 한복판에서 비석 하나가 외치고 있다. 날 좀 봐달라고.
그 울림이 너무 작아 사람들은 비석을 보지 못하지만.
비석의 작은 울림에 귀 기울여보면 알 수 있다.
이곳이 임진왜란의 영웅 서애 류성룡 선생의 집터라는 것을.
그 크고 찬란한 집이 이젠 쌩쌩 달리는 차들,드높은 건물들 사이 조그마한 비석으로 남았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사라져가는 그 당연한 이치를 비석은 알고 싶지 않은가 보다.
오늘도 비석은 나 여기 있다며 소리치고 있다.

김현이
머문 자리
그림자가 지나간 길 위, 아무도 없는 그 순간의 무게는 버겁도록 깊다.
모두가 스쳐 지나가기만 바빴던 이 모퉁이엔
어느새 아무도 남지 않고 그림자만이 머물러 있다.
사람의 부재는 고요를 낳고 그 고요는 시간마저 멈추게 한다.
수많은 발걸음에 닳고 닳았던 횡단보도는
지금 이 순간 정적 속에 조용히 멈춰 서 있다.
모든 소리와 움직임을 삼킨 채 남아 있는 횡단보도와 그림자의 풍경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무겁고도 깊다.

박윤범 (좌상)
Hustle
화려한 영광의 순간,
그 뒤에 끝없이 늘어진 차가운 고독, 고뇌
그 정적들을 견뎌내는 이들을 위하여
윤도원 (우상)
석상
부동의 석상은 그 자체로 정적이니까.
세월이 쌓이고 거미줄이 쳐져도 그저 정적을 지킬 뿐.
정승헌 (좌하)
ヒゲ, Agrippa
사진과 회화
정적으로부터, 정적으로써, 정적안에서
비로소 그들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그것이 그들의 교차점이다.
홍태의 (우하)
옴 바아라 도비아 훔
“거룩하고 위대하신 부처님께 향을 공양하나이다.
그 공덕으로 온 세상이 맑아지고, 중생의 마음이 정화되기를
기원합니다.”
이는 불교에서 향을 올릴 때 외는 헌향진언이다.
향은 자신의 몸을 태워 주위를 맑게 하고,
나쁜 냄새를 없애며,희생과 화합, 그리고 공덕을 상징한다.
등불조차 닿지 못하는 어둠 속에서 그 향기는 조용히 퍼져나가,
‘베풂의 공덕’을 전한다.
향은 그저 조용히, 조용히 사그라든다.
불은 사라지고, 남은 건 연기와 향기,
그리고 마음을 기억하는 바스라진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