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동그라미 신인전 <정적>

작성일 2025-05-12댓글 없음

김대현

생각의 바다

고요한 밤. 깊은 침묵을 깨는 나의 마음속 파도 소리.

생각의 바다에 빠져 잠 못 이루는 밤.

불안과 혐오로 가득한 검은 파도는 나를 휩쓸고

가면 뒤에 숨어있던 나는 숨조차 쉴 수 없는 깊은 바닷속으로 점점

가라앉는다.

구해줄 이 하나 없는 고요한 밤. 정적만이 계속 흐르는, 두려운 밤.

김예은

시선

아파트 현관을 지나 샛길을 통해 뛰어갔던 곳.

시간이 지나 그 때의 시선으로 바라본 놀이터는 여전히 그 시간 속이다.

이럴 때면 지금은 멈추고, 과거의 한 장면이 무성 영화처럼 떠오른다.


손다연

수어

적막의 공간속에서

나무의 정적은

사람에게 닿아,

고요한 위로가 되어준다

안현민

서울역

여기는 서울역, 출근 시간.

기차역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 속에서는 말 없이 발을 움직이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이 소리에 적응되면, 나에겐 정적만이 흐른다.

지재우

침묵의 발자국

고요 속에서 함께 걷는 우리의 침묵은

더 이상 공백이 아닌 서로에게 스며드는 정적이었다.

강연중

무대

공연이 시작되기 전, 텅 빈 관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았다.

곧 공연의 열기와 관중의 함성으로 가득 찰 이 공간에서

잠시나마 깊은 정적을 느꼈다.

원종인

없어진 목소리들

아무리 조용히 하려고 해도

조용해지지 않던 교실이지만

수업이 끝나고,

학기가 끝나고,

졸업을 하고,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다

시끄러웠던 교실이었기에 더욱 고요하게 느껴진다

잠시 친구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릴것만 같지만

이내 고요해진다

이용호

덧없음

충무로, 동국대학교 학생이라면 너무도 익숙한 그 길 한복판에서 비석 하나가 외치고 있다. 날 좀 봐달라고.
그 울림이 너무 작아 사람들은 비석을 보지 못하지만.
비석의 작은 울림에 귀 기울여보면 알 수 있다.

이곳이 임진왜란의 영웅 서애 류성룡 선생의 집터라는 것을.

그 크고 찬란한 집이 이젠 쌩쌩 달리는 차들,드높은 건물들 사이 조그마한 비석으로 남았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사라져가는 그 당연한 이치를 비석은 알고 싶지 않은가 보다.
오늘도 비석은 나 여기 있다며 소리치고 있다.

김현이

머문 자리

그림자가 지나간 길 위, 아무도 없는 그 순간의 무게는 버겁도록 깊다.

모두가 스쳐 지나가기만 바빴던 이 모퉁이엔

어느새 아무도 남지 않고 그림자만이 머물러 있다.

사람의 부재는 고요를 낳고 그 고요는 시간마저 멈추게 한다.

수많은 발걸음에 닳고 닳았던 횡단보도는

지금 이 순간 정적 속에 조용히 멈춰 서 있다.

모든 소리와 움직임을 삼킨 채 남아 있는 횡단보도와 그림자의 풍경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무겁고도 깊다.

박윤범 (좌상)

Hustle

화려한 영광의 순간,

그 뒤에 끝없이 늘어진 차가운 고독, 고뇌

그 정적들을 견뎌내는 이들을 위하여

윤도원 (우상)

석상

부동의 석상은 그 자체로 정적이니까.

세월이 쌓이고 거미줄이 쳐져도 그저 정적을 지킬 뿐.

정승헌 (좌하)

ヒゲ, Agrippa

사진과 회화

정적으로부터, 정적으로써, 정적안에서

비로소 그들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그것이 그들의 교차점이다.

홍태의 (우하)

옴 바아라 도비아 훔

“거룩하고 위대하신 부처님께 향을 공양하나이다.

그 공덕으로 온 세상이 맑아지고, 중생의 마음이 정화되기를

기원합니다.”

이는 불교에서 향을 올릴 때 외는 헌향진언이다.

향은 자신의 몸을 태워 주위를 맑게 하고,

나쁜 냄새를 없애며,희생과 화합, 그리고 공덕을 상징한다.

등불조차 닿지 못하는 어둠 속에서 그 향기는 조용히 퍼져나가,

‘베풂의 공덕’을 전한다.

향은 그저 조용히, 조용히 사그라든다.

불은 사라지고, 남은 건 연기와 향기,

그리고 마음을 기억하는 바스라진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