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옥키 No.52 청소

작성일 2025-03-31댓글 없음

청소는 일면 수행과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럽혀지고 어질러진 무언가를 닦아내고 정돈하는 이 행동은 매일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매일 같은 행동의 결과는 쉬이 눈에 띄지 않지만, 하지 않는 순간 바로 티가 난다는 것이 수행과도 같지 않나 합니다.

평소엔 모르다가 사라졌을 때야 비로소 그 행동의 가치가 드러나는 것들이 우리 주변엔 생각보다 많습니다. 눈에 밟히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 늘 있는, 우리를 우리이게끔 해주는 것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52번째 월간옥키 <청소>에 참여한 일곱 명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청소는 어떤 모습인지 하나씩 찬찬히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3월

장인주

첫째가 걸음마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자기 키만 한 빗자루를 들고 열심히 방을 쓰는 모습이 귀여워서 찍어둔 사진이다. 우리 사회 지금의 상황을 있게 한 권력과 그들이 선전해 온 거짓된 지식이 청산되기를 바라는 바람을 담았다. 암울하고 어두운 상황에도 응원봉 불빛을 흔들며 환호하고 노래하는 젊은 시위대의 해학적 시선으로 그려보았다.

최소연 

instagram @choimin_soyeon

설 연휴에 눈을 치우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실컷 쓸어내고 뒤돌아보니 금새 길이 하얗게 눈으로 덮이고 있었다.

“와, 이거 군대 때 생각나네”

2025 설 연휴 익산

군에서는 눈 치우는 걸 제설 작전이라 불렀다.
고작 이런 거에 작전이라는 용어까지 써야 하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강원도 산골에서는 쓸고 나서 5분 후면 다 시 길이 없어질 정도의 폭설이 하루 종일 내리기도 한다. 때문에 가용한 인력과 장비, 이동할 차량과 시간을 고 려해서 수행하지 않으면 힘만 축내고 목표 달성은 할 수 없게 된다.
실패 시 차량 통제로 휴가, 외출을 못 나가게 되거나 연일 통제 시 부식이 제때 못 와서 식사가 부실해질 수도 있다. 그러니 가히 작전이라 할 만하다.

볼 땐 예쁘지만 치워야 할 대상이기에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강원도의 눈. 

그래도 누구 하나 게으름 피우지 않고 웃음 잃지 않으며
순수한 성실함으로 긴 겨울을 견뎌냈던 것 같다.

어렸던 군인 아저씨들은 지금 잘 지내고 있으려나.

2005 강원도 양구

허진

instagram @ lumimaster    

 lumimaster@gmail.com

늘 있어서 감사한 것들

장인주

instagram @mumallang_e

웹페이지 janginjoo.myportfolio.com

마음의 청소

작년의 “나”를 두고 온 적당한 거리를 매일 지나는 아파트 옆길로 표현했습니다.

에그그 /eggg

egggartist@gmail.com

instagram @egggartist

1974년부터 김금란 보살님은 삼보원을 운영하고 있다.

조계사가 청소하고 싶어 하는 불교용품점 이름이다.

조계사는 주변 건물을 매입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금란 보살님은 남편과 함께 담보 대출을 받아 용화사라는 절을 짓는 데 보탰다.

돈을 주겠다는 여러 스님들의 약속을 믿었지만

여전히 돈은 받지 못하고 원금은 그대로인 채 이자만 겨우 갚는다.

그런 와중에 삼보원이 들어서 있는 건물을 매입한 조계사는

밀린 임대료를 갚고 즉시 가게를 비우라며 통보했다.

조계사 신도인 나 사진작가 하동수는 명약관화하게 약자인 삼보원의 편을 들어주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일일 뿐.

큰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

하동수

instagram @dongsoo90ha

참 깨끗하다

낯선 곳을 방문했을 때 그곳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말끔하게 청소가 되어있는 청결함이 무엇보다 중요한 둣하다. 전라남도 강진에서 하루 묵었을 때의 청량한 인상을 담고 싶었다. 그리고 한나절 들렀던 싱가포르르에서 방문했던 어느 호텔 수영장을 떠올려본다. 더 이상 깨끗할 수 없을 정도의 맑은 물과 타일의 기억…소박하고 고즈넉한 마을과 화려한 호텔 수영장의 서로 다른 청결함을 화면에 대비시켜 보았다.

채정은

instagram @bluemoon617135

bluemoon617@naver.com

한참을 바라봤다.

작지만 아주 날카로워 보인다

무엇 때문에 저렇게 날카로워야 할까

마음이 무겁다.

우연치고는 신기하다

깃털과 막대기 그리고 바닷가

석양의 빛까지

바다에는 필요치 않은 것 같아 주워 왔다.

김선우
instagram @seonu_pic 

 lens06@naver.com

스스로 그러한, ㅎㄹ

스스로 그러한, ㅁㅇ

‘청소’는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입니다. 날은 흐리고, 맑아집니다.

김기봉

instagram @bongsweetie   

momburims1@naver.com 

월간옥키 기획전시 No.52 <청소> 

참여작가 : 김기봉, 김선우, 에그그, 장인주, 채정은, 최소연, 하동수, 허진

기간 : 2025.4.1 (화) ~ 2025.4.12 (토)

작가와의 만남 : 2025.4.12 (토) 오후4시

관람시간 : 월~금 오전11시~오후7시 / 토 오전11시~오후6시

장소 : 갤러리카페 옥키 

주소 :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4길 19 2층

문의 : 070-4233-2012

월간옥키 작품집 구매 링크

https://smartstore.naver.com/cafeoki/products/11661107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