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_ Rusted Keys and Lost Locks

작성일 2024-12-02댓글 없음

녹이 슨 열쇠와 잃어버린 자물쇠

이승희

주의 깊은 식별은 기억 속 어딘가에 쌓여 소멸되지 않은 기억을 소환하여 재구성한 이야기들이다.

무의식 속에 있거나 사회적 터부로 인해 침잠된 기억의 파편을 재구성하였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아무개씨들은 ‘아무나’와는 분명히 다른 존재로, 불특정인을 지칭하거나 고유한 이름을 대신하는 고유명사이다.

주의 깊은 식별_ 기억의 형식들, 아무개씨의 또 다른 이야기, 녹슨 열쇠와 잃어버린 자물쇠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거대한 시스템의 존속을 위해 쓰이고 버려진 아무개씨들의 이야기를 모아 재구성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온 여성들, 즉 병자호란 이후의 환향녀(還鄕女), 제2차 세계대전의 위안부, 그리고 6.25 전쟁의 몽키하우스의 기억을 통해 국가라는 권력의 폭력성이 어떻게 평범한 개인, 즉아무개씨의 서사에 개입하는지를 탐구하며, 가부장제와 국가의 권력 관계에 주목하는 지점에서 출발하였다.

악몽 같은 시간을 견뎌내고 꿈에도 그리던 고향에 돌아왔지만, 자신의 이전 삶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역사적 사건 뒤에 남겨진 증언을 재구성하였다. 이 증언들은 언뜻 하나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서사는 잘라진 조각을 애써 이어붙인 듯 분절되고 굴절되어 있다. 조각난 단어를 꿰매듯 이어지지 않은 문장은 곧 아무개 씨의 서사이다.

우리는 곧잘 아무개 씨의 이야기를 외면하거나 쉽게 잊어버린다.

아직도 아무개 씨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아무개 씨들의 이야기를 모아 엮고 재구성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다.

지워지고 사라지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바람을 도자기 판 위에 금으로 새겨 영원히 기억되고 회자되며 사라지지 않기를, 오늘날의 아무개 씨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