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문
월간 옥키 기획 전시가 50회를 맞이하였습니다.
뭔가 특별한 주제를 정해볼지 생각해 보다가 숫자 50을 반백이라 부르는 게 생각났습니다.
언젠가 한 친구가 자신의 나이를 반 오십이라고 얘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반백이 오십이니, 반 오십은 스물다섯인 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딘지 어색했습니다. 아마도 오십은 백처럼 꽉 찬 느낌이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절반의 표현 대상은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될 수도 있고, 거리나 공간 또는 물건의 숫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반만년처럼 실제 숫자보다 좀 크게 느껴지게 쓰이기도 하고,
‘시작이 반이다’처럼 큰 일을 작아 보이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월간옥키 기획전시 50회의 주제가 절반이니 앞으로 100회까지만 할 건가? 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아니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100회까지 할 수 있을지 장담을 못 하겠거든요.
혹시라도 100회까지 한다면 101회를 안 할 이유도 없지요.
‘100의 절반은 50’에서 시작된 저의 사소한 생각에 참여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024년 11월 허진.

Dongsoo Ha 하동수
stand684@naver.com
instagram : @dongsoo90ha
당신에게 묻는다
존재는 형상과 본질의 합이요, 태어나면서부터 고해를 인식한다. 우리는 떠가는 구름처럼 사라지고 나타나길 반복하며 끝내 이 인과에서 벗어나려 수행한다.
존재의 무게는 한없이 가벼워서 스러지는지 모르는 채 사라지고, 나타나는지 모르는 채 태어난다. 스스로 인과를 인식하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인과를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 헐떡거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이 본질의 형상화, 즉 선류다. 인과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눈으로 보이는 형상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의 세계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질 또한 영원불멸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글을 여기까지 읽은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글과 사진을 보게끔 한 자는 누구인가? 당신이 태어나기 이전 진짜 당신은 누구인가? 절반의 형상과 절반의 본질이 합하여 당신이란 존재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겠는가? ■

장인주
janginjoo.myportfolio.com
instagram : @mumallang_e
반의 경계에 놓인 꽃

성은경
instagram : @eunykuny
딱 잘라 절반으로 나뉘는 게 얼마나 있을까.
절반을 맞춰보려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절반은 넘치고 모자라게 되어 버린다.

이프노이프 ifnoif
instagram : @ifnoif
ifnoif.art@gmail.com
지금의 나는 나이의 절반 즈음에서 서서, 크리스마스가 마치 그 중간 지점에서 깜빡이는 불빛처럼 다가온다. 절반의 시간 속에 머물며 지나온 따스함과 다가올 설렘이 교차하는 지점, 그곳에 2024년의 크리스마스가 있는 것이다.
뒤를 돌아보면, 지난 시간 생각나던 크리스마스들이 머릿속을 스쳐 간다. 이 절반을 넘어 앞으로의 삶을 상상하다 보면, 새로운 꿈들과 다시 찾을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의 ‘절반’은 지나온 기억을 되짚으며, 다가올 추억을 예감하는 자리이다.
그 한가운데에서 크리스마스는 추운 겨울 속 소망처럼 작은 따스한 빛을 켜고 있다.




Bea NVM
instagram : @bea.nvm
1. Another Again, Again.
“I am becoming someone else. I am scared to leave you behind.”
2. Forget-Me-Not 꽃마리
“I am beside you, no matter how you change.”
3. Daisies Ahead
“I see the whole world. I can hear every star.”
4. Changing
“SHE is a figure of death and rebirth. SHE was created to nurture and encourage me in a time of profound grief. Since then, time has moved on, life has changed, and so I have. These pieces document this ongoing transformation into the future. “

송원석
instagram : @kammer_dunkel
Trossingen, Germany 2009




임규근
instagram : @lonely.potoi
우리들의 시공간은 앞과 뒤, 보이는 부분과 안 보이는 부분, 양과 음 등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중 나는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어둠이 있어야 빛이 더욱 빛나도록, 반쪽이 있어야 완전한 하나가 되는 것을 사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양분한, ‘절반’은 내가 경험한 세상의 양면성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채정은
instagram : @bluemoon 617135
Life of a Migrant Woman
커다란 유리 벽과 이민자 여인의 모습은 경계의 삶을 의미한다. 여인의 반은 유리 벽 뒤편에 반은 앞에 있으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모호한 이중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낯선 곳에서의 삶에 인생을 걸 수도 없다.




허진
instagram : @lumimaster
가로로 반을 접고
아래 절반을 다시 반으로
종이접기 하듯
세상을 나눠본다.
나눠지는 건 그냥 종이다.
자물쇠는 소원을 품고 단단히 묶여있다.
시계는 하루의 절반을 펼쳐 보이지만
멈춘 지 오래다.
반쯤 보면 전체를 대략 가늠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나의 오만이었다.




Sam
instagram : @always_anal0g
Half a frame, stolen by light.
Roll #014 – Seoul Forest
Roll #028 – Nari Park
Roll #098 – Bulgwangcheon
Roll #148 – Nowon-gu
월간옥키 기획전시 No.50 <절반>
참여작가 : 장인주, 하동수, 허진, 송원석, 성은경, 임규근, Bea NVM, 채정은, 이프노이프, Sam
기간 : 2024.11.5 (화) ~ 2024.11.16 (토)
작가와의 만남 : 2024.11.16 (토) 오후4시
관람시간 : 월~금 오전11시~오후7시 / 토 오전11시~오후6시
장소 : 갤러리카페 옥키
주소 :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4길 19 2층
문의 : 070-4233-2012

월간옥키 No.50 작품집